모라비안은 종교개혁 이전인 15세기에 시작된 개신교의 가장 오래된 교단 중 하나로,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보다 60년 앞서 형성되었습니다. 공식 명칭은 '형제 연합'(Unitas Fratrum)으로, 깊은 신앙적 경건함과 적극적인 세계 선교로 기독교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들이 남긴 선교적 유산과 신앙의 실천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교회와 선교 단체에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역사적 기원과 발전
얀 후스와 모라비안의 시작
모라비안의 역사는 체코의 종교 개혁자 얀 후스(Jan Hus, 1373-1415)로부터 시작됩니다. 후스는 당시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과는 달리, "사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누구든지 성경을 통해 예수를 믿고 구원받을 수 있으며, 성경만이 우리가 의지하고 믿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가르침으로 인해 그는 1415년 콘스탄츠 공의회에서 이단으로 선고받고 화형을 당했습니다.
후스의 순교 이후, 그의 추종자들은 1457년 보헤미아에서 '형제 교회'(Church of the Brotherhood)를 조직했습니다. 이것이 현재 모라비안 교회의 시작입니다. 모라비안이라는 이름은 현 체코슬로바키아의 한 행정구역인 모라비아에서 유래했으며, 그 지역 북서부에 있는 모라바(Morava) 강에서 그 이름이 비롯되었습니다.
핍박과 이주
16-17세기 동안 모라비안들은 가톨릭의 핍박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30년 전쟁(1618-1648) 이후 많은 모라비안들은 신앙의 자유를 찾아 여러 나라로 흩어졌습니다. 1722년, 약 90명의 모라비안 신도들이 종교 탄압을 피해 독일 작센 지방의 니콜라우스 진젠도르프(Nikolaus Ludwig von Zinzendorf) 백작의 영지로 피난했습니다. 그들은 이곳을 '헤른후트'(Herrnhut, "주님의 보호"라는 의미)라고 불렀습니다.
진젠도르프와 모라비안의 부흥
진젠도르프(1700-1760)는 독일 귀족 출신으로, 할레대학에서 경건주의자 프랑케의 영향을 받아 성장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모라비안들에게 피난처만 제공했지만, 점차 그들의 영적 지도자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한 가지 열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예수님이시다(I have only one passion, and that is Christ)"라는 말은 진젠도르프의 신앙관을 잘 보여줍니다.
1727년 8월 13일, 헤른후트에서는 성찬식을 통해 강력한 영적 각성이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은 "헤른후트의 오순절"이라고 불리며, 모라비안 공동체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 부흥 후에 그들은 세계 선교에 헌신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앙과 특징
영적 특성과 신앙 실천
모라비안 공동체는 "마음의 종교"(heart religion)를 강조했으며, "있는 그대로 나아오라, 그리스도의 구원을 믿기만 하면 된다"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이들의 신앙은 개인적이고 체험적인 종교, 인격적인 참여를 통한 삶의 증거, 하나님 말씀에 의한 능력이 나타나는 생활을 강조했습니다.
모라비안들은 기도를 특별히 중요시했습니다. 1727년부터 24명의 남자와 24명의 여자가 하루에 한 시간씩 24시간 연쇄기도를 시작했는데, 이 기도는 놀랍게도 100년간 계속되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하루에 3회씩 예배를 드렸고, 말씀을 사모하는 운동을 일으켰습니다.
공동체 생활과 문화
모라비안 공동체는 사도행전에 나오는 초대교회와 같은 공동체를 지향했습니다. 그들은 서로 하나 되어 사랑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확장시키는 전투적인 공동체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간소한 예배 형식을 선호했습니다. 헤른후트에 남아 있는 모라비안 교회는 "창고처럼 지어진 소박한 단층 건물로써 예배실 안에는 어떤 장식이나 십자가도 성수대도 없고 강대상 하나와 긴 나무 의자들뿐"이었습니다. 이는 당시 화려하고 웅장한 교회 건물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1728년부터는 'Daily Watchwords'(일일 묵상말씀)라는 전통을 시작했으며, 이 전통은 현재까지도 62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라비안의 선교활동
선교 열정과 규모
모라비안 공동체는 선교에 있어서 탁월한 열정을 보였습니다. 그들은 "선교는 특정한 사람에게 주어진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신자의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1732년 8월, 서인도 제도에 최초로 두 선교사를 파송한 것을 시작으로 활발한 선교활동을 펼쳤습니다.
1732년부터 1760년까지 28년간 모라비안 교회는 226명의 선교사를 파송했는데, 이는 종교개혁 이후 모든 개신교가 파송했던 선교사 수보다 많은 수였습니다. 교인 60명당 1명의 비율로 선교사를 파송했는데, 이는 당시 개신교 전체 비율인 1:15,000과 비교하면 매우 놀라운 수치입니다.
선교방식과 지역
모라비안 선교의 특징은 자급자족 선교였습니다. "모라비안 선교의 이론에 따르면 선교사를 후원하는 것으로는 세계복음화를 위한 재정을 충분히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의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선교사의 사역을 감당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서인도 제도(1732), 그린랜드(1733), 북아메리카(1734), 라플랜드와 남아메리카(1735), 남아프리카(1736), 라브라도(1771) 등 세계 각지에 선교 기지를 구축했습니다. 특히 노예들, 원주민들과 같은 소외된 계층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모라비안 선교사들은 선교지의 문화와 언어를 존중했습니다. 그들은 "선교지의 언어를 배워 그들의 언어로 복음을 전했으며, 그들과 함께 그들처럼 살면서 삶과 희생으로 복음을 전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현대 선교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모라비안의 영향력
개신교 부흥에 미친 영향
모라비안 운동은 18세기 개신교 부흥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인물 중 하나는 존 웨슬리(John Wesley)였습니다. 웨슬리는 조지아주로 가는 배에서 폭풍을 만났을 때, 두려움 없이 평화롭게 찬송하는 모라비안들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후 그는 모라비안들과의 교제를 통해 영적 변화를 경험하고, 영국을 뒤흔드는 전도자로 변모했습니다.
또한 근대 선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캐리(William Carey)도 모라비안 선교사들의 활동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캐리는 "보라, 모라비안교도들이 하는 것을! 우리들은 그들을 따를 수 없다. 그들은 주님께 복종하고 세상에 나가서 이방인들에게 복음 전하는 것을 우리보다 앞서 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선교 전략과 방법론에 미친 영향
모라비안의 선교 접근법은 현대 선교학에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그들의 자급자족 선교 모델, 문화 존중적 접근법, 그리고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방식은 이후 많은 선교단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윌리엄 댄커(William Danker)는 "모라비안들이 남긴 최대의 공헌은, 모든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의 직업을 통하여 복음전파를 하고 선교사의 일을 해야만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는 데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모라비안의 선교는 "피선교지에 세워진 교회를 통해 선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주어서 이때 이후로 피선교지 교회들도 선교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선교전략"을 세우게 했습니다.
현대 모라비안 교회
세계적 분포와 규모
현재 모라비안 교회는 전 세계에 약 100만 명의 신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동아프리카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또한 카리브 해 연안, 남아프리카, 윈스턴-세일럼, 그리고 펜실베이니아 베들레헴 등에 주요 모라비안 센터가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24개 지역에 모라비안 교회가 설립되어 있으며, 북미(미국과 캐나다, 알래스카, 래브라도 포함)에는 약 6만 명의 신도가 있습니다.
전통과 실천의 계승
현대 모라비안 교회는 여전히 많은 전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Unity Prayer Watch'라는 세계적 기도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모라비안들이 항상 기도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1731년부터 시작된 'Daily Watchwords'(일일 묵상말씀) 전통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모라비안 교회는 항상 에큐메니컬한 정신을 가지고 있으며, 전국 및 세계 교회 협의회의 초기 구성원이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개인적 회심, 경건, 선행, 복음전도, 그리고 기독교 평화주의, 에큐메니즘, 음악 등을 높이 평가하는 많은 18세기 관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결론
모라비안 운동은 기독교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가장 오래된 프로테스탄트 교단으로서, 깊은 경건함과 열정적인 선교 활동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특히 그들의 24시간 연쇄기도와 자급자족 선교 모델, 그리고 문화 존중적인 선교 접근법은 오늘날 교회와 선교 단체에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로널드 녹스(Ronald Knox)가 모라비안 운동을 "유럽 선교의 활력 있는 누룩"이라고 평가한 것처럼, 이 작은 공동체의 영향력은 그들의 숫자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모라비안의 유산은 오늘날까지도 세계 기독교 공동체에 영감을 주고 있으며, 신앙과 선교에 대한 그들의 헌신적인 모범은 계속해서 많은 이들에게 도전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