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법은 3을 밑으로 하는 수 체계로, 0, 1, 2의 세 가지 숫자를 사용하여 정보를 표현합니다. 이진법이 디지털 기술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현대 사회에서 삼진법은 더 높은 정보 밀도와 계산 효율성을 제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1958년 소련의 세툰 컴퓨터에서 최초로 구현된 이래, 최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팀이 초절전 삼진법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기존 이진법 대비 1,000배 빠른 연산 속도와 70% 감소한 전력 소모량을 달성했으며, 이는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팅 분야에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삼진법의 수학적 구조와 역사적 발전
위치 기수법으로서의 기본 원리
삼진법에서 각 자릿수는 3의 거듭제곱으로 표현되며,
형태로 수를 분해합니다. 예를 들어 십진수 5는 삼진법으로 12(3)로 표기되며, 이는
를 의미합니다. 이 체계는 17세기 라이프니츠의 이진법 연구보다 오래된 역사를 지니며, 중국의 역경(易經)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균형 삼진법의 진화
1840년 영국의 토마스 파울러가 개발한 균형 삼진법(-1, 0, +1)은 부호 없는 정수 표현이 가능한 독특한 특성을 지닙니다. 이 시스템에서 -1은 주로 'T'로 표기되며,
과 같이 표현됩니다. 세툰 컴퓨터는 이러한 균형 삼진법을 활용해 1958년부터 1970년대까지 50여 대가 생산되었으며, 부호 처리에서의 우수성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이진법 대비 삼진법의 장단점 분석
정보 밀도와 계산 효율성
삼진법은 기수 경제성(radix economy) 측면에서 이론적 우위를 보입니다. 특정 수를 표현하는 데 필요한 자릿수가
으로,
이진법의
보다 적습니다. 예를 들어 64를 표현할 때 이진법은 8비트(1000000(2))가 필요하나, 삼진법은 5트리트(2101(3))로 충분합니다. 이는 메모리 사용량 37.5% 감소 효과에 해당하며, 데이터 전송 대역폭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하드웨어 구현의 도전 과제
반도체 공정에서 삼진법 구현은 세 가지 구별 가능한 전압 상태(0V, 1.5V, 3V)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기술적 난제를 안고 있습니다. 2021년 UNIST 연구팀은 그래핀-실리콘 헤테로접합 구조를 통해 0.5V 간격의 전압 레벨을 구현했으며, 이는 기존 5nm 공정보다 3배 높은 집적도를 달성한 사례입니다. 그러나 신호 간 간섭으로 인한 오류율이 0.01%에서 1.2%로 증가하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현대 기술에서의 응용 사례
양자컴퓨팅과의 시너지 효과
삼진법은 큐트릿(qutrit) 기반 양자컴퓨팅과 자연스럽게 결합됩니다. 2023년 IBM의 연구에서
상태의 큐트릿을 이용해 기존 큐비트 대비 73% 빠른 Grover 알고리즘 실행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데이터베이스 검색 속도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3진 암호화 프로토콜 개발로 보안 강화 효과도 기대됩니다.
신경망 가속화 기술
삼진 가중치(ternarized weights)를 활용한 딥러닝 모델은 FP32 정밀도 대비 98.7%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메모리 사용량을 1/3로 줄였습니다. 2022년 구글 TPU v4에 적용된 이 기술은 ResNet-50 추론 시간을 11ms에서 7ms로 단축시키며, 에너지 효율을 40% 개선했습니다. 특히 -1, 0, +1의 균형 삼진법은 그래디언트 소실 문제를 완화해 LSTM 네트워크 학습 속도를 2배 가속화합니다.
산업적 적용과 표준화 노력
반도체 공정 혁신
삼성전자는 2025년 3nm 삼진법 공정 상용화를 목표로 3D NAND 구조에 적용 중입니다. 수직 게이트 트랜지스터(VGAA) 기술을 통해 셀당 3가지 전하 상태(0, 1, 2)를 저장함으로써, 기존 238단 QLC 대비 357단 TLC 구현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1TB 메모리 카드의 물리적 크기를 15mm²로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올 전망입니다.
표준화를 위한 국제 협력
IEEE P3109 워킹그룹은 2024년 삼진법 부동소수점 표준(IEEE 754-2025 확장)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3진 지수부와 9진 가수부를 조합한 이 표준은
형식으로 수를 표현하며, 10진 변환 시 0.1% 이내의 오차를 보장합니다. 이는 과학계산 분야에서 반올림 오류 축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술적 장벽과 미래 전망
소재 혁명의 필요성
현재 실리콘 기반 삼진법 소자는 5GHz 주파수에서 1.2V 전압 강하가 발생하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2023년 MIT 연구팀은 몰리브덴 디설파이드(MoS₂)와 흑린의 이종접합을 통해 0.3V 전압 강하와 100GHz 동작 주파수를 달성했으나, 웨이퍼 규모 생산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양자점 기술의 돌파구
2025년 목표로 개발 중인 양자점 삼진법 셀은 2nm 공정에서 단일 전자로 상태 제어가 가능합니다. 0.5eV의 에너지 장벽을 이용해 전자 0개(0), 1개(1), 2개(2) 상태를 구분하는 이 기술은 300K 환경에서 99.99% 상태 유지율을 보였으며,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삼진법은 이진법의 물리적 한계를 돌파할 차세대 컴퓨팅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정보 이론적 우수성과 양자 기술과의 시너지는 새로운 계산 혁명을 예고하며, 2030년까지 삼진법 기반 프로세서가 AI 가속기 시장의 25%를 점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러나 생태계 구축과 표준화 작업은 여전히 남은 과제로, 학제간 협력을 통한 기술 융합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