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기존의 노인 주거시설 체계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중산층 고령자들의 주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가 2024년 새롭게 도입한 '실버스테이'는 고소득층을 위한 실버타운과 저소득층을 위한 고령자 복지주택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혁신적인 주거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실버스테이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서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환경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산층 맞춤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정책적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버스테이의 개념과 도입 배경
실버스테이의 정의
실버스테이는 만 60세 이상 고령자를 위한 특화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20년 이상의 장기 거주가 가능하며 다양한 생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니어 레지던스이다. 이는 동작 감지기, 단차 제거 등 어르신에게 친화적인 설비들이 갖춰진 주택으로 의료, 요양 등 노인돌봄서비스가 제공되는 중산층 대상 민간임대주택의 성격을 갖는다.
실버스테이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시니어 레지던스와 달리 기존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입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되지만, 잔여세대에 관해서는 유주택자도 입주를 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중산층의 접근성을 높였다. 또한 단지 내에 일반형 주택과 혼합하여 어르신의 다른 가족들도 입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세대 교류형 단지 조성이 가능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도입 배경과 필요성
우리나라의 시니어 주거시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왔다.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 방식의 '고령자 복지 주택'과 고소득층을 위한 '실버타운'이 그 종류이다. 그러나 전체 노인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들을 위한 적절한 선택지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2023년까지 실버타운은 9,006가구, 고령자 복지 주택은 3,956가구가 공급되었는데, 이는 전체 고령 인구의 0.12%가 들어갈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초고령사회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고령자 특화 주거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니어 레지던스 도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러한 중산층을 위한 공공지원 민간 임대주택으로 실버스테이를 도입하게 되었다. 이는 노인복지주택과 실버타운 사이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중산층 고령자들에게 적정한 수준의 주거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주요 특징과 기존 시설과의 차이점
입주 대상과 조건
실버스테이는 만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며,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되 유주택자도 잔여 세대에 입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기존의 고령자 복지주택이 대부분 무주택자만 입주할 수 있었던 것과 큰 차이점이다. 또한 실버스테이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 혼합된 단지의 경우, 실버스테이 입주자의 무주택 직계비속에게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해 세대 교류형 단지 조성이 가능하게 했다.
임대료 정책
실버스테이의 초기 임대료는 시니어 레지던스 시세의 약 95% 수준으로 산정할 계획이다. 일반주택과 시니어 레지던스의 임대료 격차율을 적용하여 시세를 산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또한 임대료 5% 증액 제한을 적용하면서, 100가구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를 임대한 사업자가 임대료를 올릴 때 주거비 상승률을 반영하던 기존 규정을 제거했다.
이러한 임대료 정책은 입주자를 배려하면서도 기존 증액 규정을 완화함으로써 임대 사업자 또한 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인복지주택 같은 기존 시니어 레지던스 임대료의 95% 이하로 받아야 하며, 계약 갱신 때는 5% 내로만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다.
서비스 체계
식사 및 생활지원 서비스에 대한 이용료는 별도로 계획되어 신설될 예정이며, 실버스테이 입주자들은 필요한 서비스만 골라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식사 및 생활 지원 서비스 이용료는 따로 청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는 임대료와 별도로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는 구조이다.
시설 기준과 제공 서비스
시설 기준
실버스테이는 고령자들의 안전과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설계된다. 주거 시설 내에는 미끄럼 방지 바닥, 안전 손잡이, 비상 연락 장치 등이 설치되며, 무단차 설계를 통해 문턱을 제거하여 고령자의 이동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고령자 특화 평면과 안전 손잡이, 비상벨 등 고령자 친화 설계를 적용하고, 일반세대와 동 분리를 통해 고령자 이용 동선도 최적화시켰다.
제공 서비스 구분
실버스테이의 시설과 서비스는 크게 필수시설과 선택시설로 나뉜다. 필수시설로는 의료지원시설, 체력단련시설, 식당, 다목적시설 등의 커뮤니티 관련 시설과 응급안전, 안부확인, 식사 및 생활지원, 여가활동 서비스 등의 서비스가 포함된다. 선택시설로는 사우나, 수영장, 골프연습장, 당구장, 노래방 등의 커뮤니티 시설과 동호회 운영, 자산관리, 법률자문 등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
구체적인 서비스로는 주1회 세대 청소서비스와 연1회 만60세 이상 세대 구성원 2명 건강검진 전액 지원이 무료로 제공된다. 특화 서비스로는 식사, 건강관리(전담인력, 원격진료, 검진지원), 24시 응급지원, 세대 청소, 셔틀버스 등이 있으며, 시니어센터, 전용 피트니스/사우나, 프로그램실 등의 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시범사업 현황과 향후 계획
시범사업 추진 현황
2024년 12월 8일까지 민간임대법 시행령-시행규칙 입법예고가 진행되었고, 12월에는 실버스테이 시범사업이 공모되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구리갈매역세권 실버스테이 시범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미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했으며, 구리갈매역세권 B2블럭 3만4593㎡에 전용면적 60~85㎡ 이하 공동주택 725호가 공급되며 이 중 346호가 실버스테이다.
구리갈매역세권 실버스테이 공모에는 대우건설과 우미건설이 각각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됐다. 대우건설은 신한투자증권, SK디앤디와 손을 맞잡고, 우미건설은 교보생명, 한화손해보험, 대한토지신탁과 힘을 합쳤다. LH는 오는 2026년 12월 우미건설 컨소시엄과 사업부지 매매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며, 매매계약 체결 후인 2027년 1월 착공하며, 입주는 2029년 말부터 진행될 전망이다.
향후 공급 계획
국토교통부는 연내 실버스테이를 1,500가구 이상 공모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부터 공공택지 추가 공모가 시작되고 민간이 보유한 부지에서도 '민간제안' 방식으로 실버스테이가 나온다. LH는 구리갈매역세권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 실버스테이 약 600가구를 추가 공모할 예정이다.
정부는 의왕 초평과 파주 와동 등을 비롯해 최적의 사업지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으며, 올 2분기와 4분기에 실버스테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민간이 보유한 부지를 대상으로 한 민간제안 공모의 경우, 실버타운 입지에 영향을 미치는 병원 인접, 배후 인구, 도심 인프라 등 양호한 입지에 실버타운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자 지원과 정책적 혜택
정부 지원 체계
실버스테이 사업자는 다양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건설사(사업자)를 대상으로 취득세·재산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등 세제 혜택과 주택도시기금 출자·융자 등 금융지원을 한다. 구체적으로 자기자본의 70%는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하며, 사업자금의 민간융자 부분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을 제공한다.
건설자금은 가구당 9천만원에서 1억4천만원까지 연 2.0∼2.8% 금리로 주택도시기금에서 융자해준다. 실버스테이 건설 때 취득세와 재산세는 50∼100% 감면하며, 9억원 이하 주택은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을 받는다. 이러한 지원은 민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당근책으로 평가되며, 경쟁을 이끌어 낸 요인으로 분석된다.
사업 구조의 특징
실버스테이는 20년 간 장기간 추진되는 사업 구조로, 초기에는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 및 출자 부담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하면서 경쟁을 이끌어 냈다. 특히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실버스테이 임대료 증액비율 상한을 2.88%에서 5%로 높이고, 식사 및 생활지원서비스에 대한 이용료 청구 근거를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향후 전망과 과제
시장 전망
실버스테이는 기존 시니어 레지던스와 차별화된 점이 많아 기대가 되는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중산층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 입장에서 더욱이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된다. 건설경기 침체에 '미래 먹거리'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적극 검토에 나서면서 새로운 사업군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1군 건설사보다는 중견·중소건설사를 위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공공사업이고 당장의 차익이 눈에 띄게 남기는 어려운 구조라 1군 건설사가 참여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중소 건설사들의 경우 공공사업에 참여한다는 메리트가 있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분석된다.
운영상 과제
실버스테이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우선 식당 등 필수 서비스 운영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입주자와 사업자 모두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구조에서 실버스테이가 일반 임대주택과의 차별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령층 입주자는 비용에 민감해 실제 식사 이용을 꺼릴 수 있고, 사업자는 고정비 부담 등 수익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끼 식사비가 최소 1만원 수준인데 월 30식 기준으로 2인 가구라면 60만원이 들며, 의무식이 아니면 식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프리미엄 실버타운에서도 의무식이 아니면 평균 식사 이용률이 30% 초반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결론
실버스테이는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사회에 새로운 유형의 고령자 주택 공급 확대를 가능하게 할 혁신적인 정책으로 평가된다. 기존의 이분화된 고령자 주거시설 체계에서 중산층을 위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고령자의 다양한 경제적·사회적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포용적 주거 정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유주택자도 입주할 수 있는 유연한 입주 조건과 세대 교류형 단지 조성을 통한 사회적 고립 방지, 그리고 선택적 서비스 이용을 통한 비용 효율성은 실버스테이만의 차별화된 장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과 함께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사업 구조 역시 지속가능한 고령자 주거 공급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나 서비스 운영의 실효성과 수익성 확보, 일반 임대주택과의 차별성 유지 등의 과제들이 남아있어 이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개선이 필요하다. 자녀들은 마음이 편하게, 부모님은 삶이 편하게 서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정책 설계와 실제 운영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입주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