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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커 교도 : 조지 폭스가 창시한 400년간 평화주의와 평등의 가치를 실천한 종교친우회

by jisiktalk 2025. 5. 16.

퀘이커 교도들은 독특한 신앙 체계와 예배 방식으로 기독교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내면의 빛을 중시하는 이 종교적 공동체는 400년 가까운 역사 속에서 평화주의와 평등의 가치를 실천해 왔습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퀘이커의 기원부터 현대적 실천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역사적 기원과 발전

창시자 조지 폭스와 초기 운동

퀘이커라고 알려진 종교친우회(Religious Society of Friends)는 17세기 영국에서 조지 폭스(1624-1691)에 의해 창시되었습니다. 영국 중부 레스터셔의 페니 드레이튼에서 방직공의 아들로 태어난 폭스는 어린 시절부터 깊은 영적 감수성을 보였습니다. 그는 19세에 심각한 영적 위기를 겪으며 기존 교회들과 목사들을 찾아다녔지만 해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1644년부터 시작된 그의 영적 고뇌는 결국 개인적인 계시 경험으로 이어졌습니다. 폭스는 이를 "주께서 내 마음을 여시어 된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하나님은 사람의 손으로 만든 성전에 계시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계신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후 폭스는 1647년경부터 적극적으로 설교를 시작했고 "내면으로부터의 빛"을 통한 구원을 강조했습니다.

 

이 운동이 "퀘이커"(Quaker, 떠는 사람들)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폭스가 어느 판사에게 "하나님의 권위 앞에서 떨라"(quake before the authority of God)고 말한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초기 퀘이커 교도들은 스스로를 "친우회"(Friends)라고 불렀는데, 이는 요한복음 15장 14절의 "너희가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너희는 나의 친구니라"는 예수의 말씀에서 유래했습니다.

박해와 신대륙으로의 이주

초기 퀘이커들은 급진적인 신앙관으로 인해 심한 박해를 받았습니다. 영국에서 수천 명이 투옥되거나 무거운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북미에서의 퀘이커 박해는 1656년 메리 피셔와 앤 오스틴이 보스턴에서 설교를 시작했을 때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은 내면의 빛에 대한 주장으로 이단으로 간주되어 5주간 가혹한 조건에서 투옥된 후 추방되었습니다.

 

1660년에는 영국 퀘이커인 메리 다이어가 매사추세츠 베이 식민지의 퓨리턴법을 거부한 죄로 보스턴 커먼 근처에서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그녀는 '보스턴 순교자'로 알려진 4명의 처형된 퀘이커 중 한 명이었습니다.

 

박해를 피해 많은 퀘이커들은 종교적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이주했습니다. 특히 윌리엄 펜(William Penn)이 1682년에 설립한 펜실베이니아는 퀘이커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미국의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펜은 델라웨어 부족의 지도자 타마니와 평화 조약을 체결했고, 이후 퀘이커와 원주민 간의 평화는 거의 한 세기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핵심 신앙과 가치

내면의 빛과 지속적 계시

퀘이커 신앙의 핵심은 모든 사람 안에 "내면의 빛"(inner light) 또는 "하나님의 것"(that of God)이 있다는 믿음입니다. 이 개념은 각 개인이 중재자나 성직자 없이 직접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퀘이커들은 "우리 모두 안에 하나님의 것이 있으며, 모든 인간을 평등하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로 본다"고 말합니다.

 

퀘이커들은 지속적 계시(continuing revelation)를 믿습니다. 이들은 "하나님의 진리에 대한 계시가 성경의 기록으로 끝나지 않았으며, 하나님은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인류에게 진리를 계시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믿음은 "우리는 어떤 출처에서든 진리를 환영한다"는 원칙으로 이어집니다.

퀘이커의 증언(Testimonies)

퀘이커 교도들은 특정한 교리보다는 삶의 방식을 중요시합니다. 이들의 핵심 가치는 "증언"(testimonies)이라 불리며,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됩니다:

  1. 진실성(Integrity): 정직하고 진실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믿음
  2. 평등(Equality): 모든 인간의 근본적 평등을 인정함
  3. 단순함(Simplicity):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 방식 추구
  4. 공동체성(Community): 상호 돌봄과 지원의 중요성 강조
  5. 지구 책임(Stewardship of Earth):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성 추구
  6. 평화(Peace): 비폭력과 평화적 해결책 추구

이러한 증언들은 엄격한 교리 형태가 아닌, 영적으로 인도된 행동을 통해 표현되며, 각 개인이 스스로 실천 방법을 찾도록 합니다.

예배 형식과 실천

침묵 예배(Silent Worship)

퀘이커 예배의 가장 특징적인 형태는 "침묵 예배" 또는 "기다림의 예배"(waiting worship)입니다. 이 예배에서는 참가자들이 침묵 속에서 모여 내면의 인도를 기다립니다. 참석자들은 영감이 떠오를 때 자리에서 일어나 메시지를 나눕니다. 퀘이커들은 이때 하나님의 영이 그 사람을 통해 말씀하신다고 믿습니다.

 

전통적인 침묵 예배는 보통 한 시간 정도 지속되며, 두 명의 장로가 악수함으로써 마무리됩니다. 이 예배 형식에는 사제, 설교, 찬송가나 고정된 기도문이 없습니다. 퀘이커들은 이러한 형식이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예배 방식을 반영한다고 믿습니다.

다양한 예배 형식

현대의 퀘이커 예배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1. 비프로그램 예배(Unprogrammed worship): 전통적인 침묵 예배 방식으로, 영국,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캐나다 및 미국 일부 지역에서 주로 행해집니다.
  2. 프로그램 예배(Programmed worship): 한 명 이상의 목회자가 섬기며, 전통적인 개신교 예배와 유사한 요소(설교, 찬송)를 포함합니다.
  3. 반프로그램 예배(Semi-programmed worship): 프로그램 예배의 요소와 침묵 기다림의 시간을 혼합한 형태입니다.

이러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모든 퀘이커 예배는 "신령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 모이고, 하나님의 영의 역사하심에 응답하며 그분의 임재를 체험하기 위해" 모인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세계 각지의 퀘이커

현대 퀘이커의 분포와 다양성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377,557명의 성인 퀘이커가 있으며, 그 중 49%는 아프리카, 22%는 북미에 있습니다. 퀘이커 신앙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으며, 복음주의적, 성결주의적, 자유주의적, 전통적 이해를 가진 퀘이커들이 존재합니다.

 

특히 복음주의 퀘이커들(Evangelical Friends)은 예수 그리스도를 개인적인 주님과 구주로 여기는 등 다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과 유사한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미국, 중미, 아시아에 위치하며 전 세계 퀘이커의 약 39%를 차지합니다.

한국의 퀘이커

한국에서 유명한 퀘이커 교도로는 민족시인 함석헌 선생과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박성준 교수(전 국무총리 한명숙의 남편) 등이 있습니다. 퀘이커는 한국에서 '종교친우회'라고 명명됩니다.

 

한국 퀘이커의 예배는 서울 신촌에 있는 한국퀘이커의 집에서 열리며, 다른 지역의 퀘이커와 마찬가지로 침묵 예배의 전통을 따릅니다. 박성준 교수는 기독교적 퀘이커로서 한신대를 졸업한 이후 일본 도쿄 릿쿄대에서 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기장 소속의 목회자로 한백교회의 설립자이기도 합니다.

사회적 영향과 공헌

평화주의와 사회 정의

퀘이커들은 역사적으로 평화주의, 사회 정의, 인권 옹호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들은 비폭력 사상과 실천으로 유명하며, 특히 전쟁 참여 거부의 원칙을 고수해 왔습니다.

 

또한 퀘이커들은 역사적으로 죄수 권리 옹호, 전쟁 거부, 분쟁 중재 등의 활동에 앞장서 왔으며, 영국에서 동성결혼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종교 단체가 되었습니다.

교육과 사회 기관

교육은 항상 퀘이커의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의 The Friends' School(1887년 설립)은 호주에서 가장 잘 알려진 퀘이커 기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태즈메이니아의 퀘이커 연관 기관으로는 호바트 저축 은행, 캐드베리 초콜릿 공장, 세인트 앤즈 휴양원 등이 있습니다.

결론

퀘이커 교도들은 400년 가까운 역사 동안 독특한 신앙 체계와 예배 방식을 통해 기독교의 다양성을 풍요롭게 해왔습니다. 내면의 빛, 평등, 평화, 진실성을 강조하는 이들의 신앙은 종교적 차원을 넘어 사회 개혁과 인권 운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퀘이커 공동체는, 교리적 엄격함보다는 개인의 영적 경험과 실천적 신앙을 중시하는 독특한 기독교 전통을 대표합니다. 한국에서도 함석헌과 같은 사상가를 통해 그 영향력이 이어져 오고 있는 퀘이커 신앙은, 현대 사회에서도 영성과 사회 정의의 통합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영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